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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천사

 

 

"알면서도/

모르는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

 

좋아도/

안 좋은 척//

 

맛있어도/

맛없는 척//

 

엄마는/

우리를/

그렇게/

키웠다.//"

 

<영림출판사>에서 펴낸 동시집《바보천사》에 나오는 ‘바보천사’를 소리꾼 장사익 씨가 부른 노래이다.

5년 전 어느 휴일 점심 때 여든 살이 가까운 엄마가 청국장을 끓여놨다고 부르셨다. 엄마는 나를 생각해 점심때가 되어 큰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놓고 부르신 것이다. 그런데 하던 일이 있어 마뜩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적대다가 엄마가 서운해 할까 봐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는 벌써 상을 봐 놓고 뒷짐을 지고는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엄마는, 어멈도 이제 청국장 잘 끓인단 말이야.”

라고 말하며 은근히 왜 불렀냐는 말을 간접으로 했다.

“얘는, 보통 청국장이 아니야. 시골에서 해 온 거라구.”

엄마는 내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보통이 아닌 맛있는 청국장이라고 강조했다.

수저를 내 손에 쥐어 주어, 먼저 청국장 맛을 봤다.

‘앗 짜!…’

말과 표정을 애써 감추며 다른 반찬도 먹어 봤다.

반찬 맛이, 맛이 아니다. 맛이 예전 맛이 아니어 참고 밥술을 뜨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을 삭히려 고개를 숙이고 머뭇거리는데,

“큰애야 왜 그러니? 간이 맞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으니 간을 모르겠구나.”

엄마가 만든 반찬은 짜고, 맵고, 달고, 시고 해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 좋았던 엄마 음식 솜씨를 나이가 빼앗아간 것이라 생각하니 슬퍼졌다. 아마도 어멈이 해준 것 같았으면 한 젓가락도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간도 잘 맞고 맛있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밥 한 그릇을 비우자 그렇게도 좋아했다.

엄마는 한 평생을 내게 바보가 되어 나를 키우셨다. 나는 밥을 먹으며 이 순간만이라도 엄마를 위해 눈곱만큼이라도 바보가 되어 보려 했던 것이다. 엄마는 과일을 내 오며 아이처럼 참 좋아했다.

“맛있지? 우리나라 콩에 샘물로 담근 청국장이래.”

“그것보다 엄마 솜씨가 더 좋아.”

“정말이니?”

엄마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엄마 앞에 바보가 되니 나도 좋았다.

늘 내게 바보가 되어주었던 엄마가 얼마 전에 먼 곳으로 가셨다.

엄마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신부님께 병자성사도 받으셨고, 또 장례미사도 행한 가운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어려움과 고통을 참고, 나 보다 못한 이를 돕고, 열심히 기도해라.”

라는 말씀을 남기고…….

늘 보고 싶으면 달려가 보았던 눈에 보였던 엄마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어머니가 되었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눈앞에서 엄마가 지워지자 갑자기 내 앞에 그 어떤 큰 벽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 나는 내 나이 보다 훨씬 많은 할아버지가 되어 양지바른 곳을 찾아 웅크리고 앉아 기약 없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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